대기업 사무직 평가 제도와 현실

저는 대기업 사무직 15년차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이 분야에서 국내 1등입니다. 다행이 연구부서와 기획, 전략, 그리고 다양한 신사업 업무를 거치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10명이 넘는 동료들과 팀을 이끄는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업무에 대한 경험도 중요하지만, 15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사람관계에 대해서도 느낀점이 많습니다. 실제 대기업 안에서 어떻게 근무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취준생 분들은 더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을 근거로 대기업 사무직 평가 현실에 대해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기업 사무직 평가, 승진

대기업 들어오면 모든게 끝일것 같지만, 조금만 다니다 보면 다시 학교와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사원으로 입사해서 매년 평가를 받게 되는데, 주변 대기업을 봐도 평가 체계는 비슷합니다. 보통 S, A, B등으로 평가를 하는데, S 나 A 등의 등급은 20%에서 30% 정도만 받게 되고 나머지는 보통 등급인 B 를 받거나 낙제 등급인 C를 받기도 합니다.

요즘 대기업에 취업하는 신입사원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학점도 좋습니다. 학교다닐때 A이상을 받던 학생들이 회사 들어오면 A 받기도 참 힘듭니다. 그런데 입사하고 나면 몇년 후 진급 대상이 되게 됩니다. 보통 사원이 첫 진급을 하는 직급이 대리 또는 선임입니다. 진급은 그동안 받은 평가를 종합하여 결정을 하는데, 회사마다 다르지만 승진율이 50%에서 70% 정도입니다. 대리가 되기전에 두번 누락 되면서 3수나 4수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매년 승진율은 동일한데, 승진 대상은 작년에 안된사람을 포함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한번에 진급할 확률이 30%가 채 안됩니다. 결국 승진에 재수는 필수 라는 말도 있습니다. 물론 일을 너무 잘해서 승진 대상이 되기도 전 해에 특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후에 몇년 지나면 다시 과장이나 책임등의 직급으로 진급 시기가 오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승진율은 50% 정도입니다. 동일한 현상이 반복 됩니다. 만약 대리 진급도 늦었는데 과장 진급도 늦어지면 연봉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매년 연봉 인상율에서 A와 B등급의 차이가 나고, 진급하게 되면 상당 금액이 점프를 합니다. 회사생활 10년 넘으면 동기와 연봉차이가 이천만원까지 차이날 수도 있습니다.

평가를 측정하는 방법은?

결국 평가를 잘 받아야 승진도 잘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승진을 누락시키고, 평가도 등수를 매겨서 주는 이유는 직원들이 경계심을 가지고 일을 잘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에 보면 나보다 잘나지도 않은데 평가를 항상 잘 받는 동료나 선후배들이 있습니다. 어쩔때 보면 치사한 방법으로 윗사람 눈에 띄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럼 팀장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연초에 업무목표를 정하게 됩니다. 여러가지 항목에 대해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이 되면 이 목표의 달성 여부를 체크하고 점수를 매깁니다. 회사에서는 MBO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MBO 평가할때 1차로 본인이 자신의 성과를 평가합니다. 기준은 본인이 세운 목표에 대해 정량적으로 달성한 내용을 평가하여 점수를 매기고, 팀장이 이 점수를 근거로 2차 평가를 합니다. 만약 연초에 목표를 높게 잡은 사람과 낮게 잡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면, 연말에 같은 일을 하고서도 평가 점수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연초에 목표 설정을 할 때 잘 설정을 해야하고, 팀장과도 제대로 협의를 해야합니다. 그래야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원론적인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인사팀에서 항상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MBO 설정과 평가 방식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개인 평가는 MBO와 거의 연계가 안됩니다. 목표 설정을 잘 잡아서 100점을 맞아도 평가가 안좋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목표를 매우 높게 잡아서 달성 점수가 70점밖에 안되도 S나 A받는 직원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량적인 성과 점수와 팀장의 정성적인 태도 점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 태도 점수가 50% 이거나 더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대기업 사무직 평가 잘 받는 방법은?

그럼 태도점수를 포함해서 평가를 잘 받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 질문은 누구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될까요? 라는 질문과 비슷합니다. 소속되어있는 팀장마다 성격은 천차 만별이고, 당연히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도 다릅니다. 팀장이 바뀌면 팀원에 대한 평가가 바뀌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래도 평균적으로 평가를 잘 받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덕목, 속도가 빠른 사람

업무를 받으면 완벽하게 마무리 하려고 하다가 보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에서 이상한것은 임원으로 갈수록 성격이 급합니다. 이건 우리나라 대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큰 기업을 상대해도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업무가 60~70%정도가 되면 일단 팀장과 상의를 시작해야합니다. 특히 주니어의 경우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가져가면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업무지시 받은 후 완벽하지 않더라도 하루안에 초안을 가져가면, 완벽히 만들어서 3일 만에 가져간 친구보다 속도가 빠른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완벽히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업무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지면, 그사람은 업무 핀트가 안맞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속도를 낸다는 의미는 일을 빨리 한다기 보다는 팀장이 최대한 빨리 방향성을 결정하게 빨리 상의해서 도와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느낄때 팀장들도 의외로 방향을 잘 못잡습니다. 그래서 위에 담당이나 임원들에게 자주 혼나는 팀장들도 많습니다. 주니어보다 10년 더 일했다고 베테랑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갈팡질팡한 팀장이 방향을 잡을 수있도록 같이 상의를 빨리 해줘야 합니다.

협업을 잘하는 사람

업무를 부여 받으면 자기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에 취직할 정도가 되면 기본은 다 합니다. 결국 이 사람이 하는 일이 팀에 기여도가 높아야 합니다. 사원이나 대리 직급밖에 안되는데 업무 커버리지가 높으면 유능해 보이고, 팀장으로서는 고마워집니다. 협업을 잘한다는 의미는 팀의 목표에 기여가 되는 일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팀내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유심히 봐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할수 있는 일을 약간씩 해서 기여를 해야 합니다. 결국 내일도 아닌데 하면 아무도 안알아 줄것 같지만, 결국 다 알게 됩니다. 굳이 사내정치같은거 하지말고, 팀에서 선배나 동료들을 어떻게 도와줄지 조금만 고민하면 좋습니다.

기존 정보를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사람

회사의 업무는 새로운 것 같지만 결국 10년 또는 20년전에 검토하던 일을 또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사업부장 같은 임원들은 회사생활을 오래해서 보고를 받을때 머리속에 이미 듣고싶은 내용이 정해져 있습니다. 듣고 싶은 내용이란 기존에 검토하던 방식에서 도출된 결론이고, 기존에 검토하던 방식이란 보고서를 만드는 틀을 의미합니다.

신입사원이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에도, 보고하는 방식은 구닥다리 틀에 넣어서 보고하면 좋습니다. 다시말해 자료를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드는 것보다 내용적으로 참신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닥다리 틀은 어디서 구할까요? 당연히 선배님들이나 옆팀의 동료한데 물어보면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자료나 정보를 최대한 이용을 해야합니다. 대기업의 힘은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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